시카고 <한국 순교자의 모후> 성당
사목 계획서
“함께하는 신앙생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위하여.
우리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로움과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와 우리와 함께 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이 모든 교우 분들 가정에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2021년을 보냈습니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며 다가오는 2022년 새해에도 그 영향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우리 본당 공동체는 큰 탈 없이 "슬기로운 신앙생활" 을 할 수 있었고, 본당의 은인들과 교우 분들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성전에 새 지붕을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고맙게도, 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본당의 살림을 걱정하며 성심껏 협조해주신 우리 모두의 정성된 마음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 가능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전례력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대림 제1주일>입니다. 올 해는 전례력 다해 / C해입니다. 2022년에는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신앙생활이 느슨해지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합니다. 자신 스스로가 복음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서 어찌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다시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도록 합심하여 노력합시다. 신앙인의 기본이 되어야 할 기도와 하느님의 생생한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미사 성제를 통하여 신앙에 대한 확신과 열정으로 새롭게 합시다. 본당 공동체 교우 분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신앙인의 기본을 지키며 복음의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힘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1. 함께 하는 공동체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하겠다.” - 마태 28,20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여건에 맞추어 신앙생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미사 전례, 성사 생활, 성시간과 성경 통독 등을 계속해서 확대 유지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을 정리해보자면, 본당 교우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체험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염려됩니다. 물론 생업을 비롯하여 다른 여러 조건 때문에 참여가 녹록하지 않으신 교우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신앙과 괴리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안에서 신앙인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함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좀 더 힘주어 미사 전례와 신앙 교육에 참여하고 관심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삶 따로, 신앙 따로’가 아닙니다. 우리의 신앙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임을 명심하여 미사 전례와 성사 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신앙생활이 우리의 삶과 분리 되지 않아야 함을새롭게 되새기를 한 해가 됩시다. 우리 신앙생활의 기본은 믿을 교리를 고백하고 지킬 계명을 따르며 성사 생활에 열심히 참여해야함을 잊지 맙시다. 신앙생활의 기본을 지킬 때에 하느님 나라의 기쁨은 자연스레 주어질 것입니다.
2. 돌아보는 공동체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 사도 2, 42,44.
초기 교회 첫 신자 공동체의 생활을 전하는 <사도행전>은 신자들이 친교를 이루고 기도하며 함께 지냈다고 전합니다. 그리하여 그들 사이에 부족함이 없었다지요. 저는 사도행전이 문자로 기록하여 전하는 것 이면에 감추어진 것까지 포함하여 좀 더 확대해서 해석하고 싶습니다. 교우들 사이의 모든 것, 곧 우리 생활의 전반 – 희노애락을 포함하는 감정적인 것들까지 이에 속합니다. 그리하여 공동체 누군가의 기쁨이 곧 나의 즐거움이 되고, 누군가의 눈물에 함께 아파하며,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손끝의 행함과 나의 발길의 머무름과 나의 입에 오르는 말이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에 사용되기를 청합시다. 나의 즐거움이 누군가에게 시샘이 된다면, 나의 슬픔이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면, 나의 고통이 다른 이의 웃음이 된다면 그것은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의 일면을 보여주는 공동체가 아니라 현세에서 ‘지옥’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손끝의 행함과 나의 발길의 머무름과 나의 입을 통해 전하는 말이 복음의 진리에 비추어 어떠한지 스스로 돌아보고 살피는 한 해가 됩시다.
3.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공동체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 창세 1, 10
우리의 기준은 한낱 인간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신앙으로 하나 되어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개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이나 관심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 신앙 공동체의 기준은 하느님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말씀을 잘 알아 듣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수입니다. 기도 없이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깨닫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매해 속죄의 재개를 시작하며 머리에 재를 받으며 듣게 되는 말씀을 기억합시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알지어다.”
이 말씀은 우리 존재가 단지 하느님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마음에 매해 새롭게 새겨줍니다. 세상을 호령하는 임금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시간이 끝나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것이 바로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본당 공동체의 기준은 이러합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만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이들에게 이루어지길 기도해야겠습니다. 이 기준에 맞추어 우리 본당 공동체가 함께 일한다면 분명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확언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본당 공동체 형제 여러분,
외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신앙의 힘입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을 기준으로 하고 믿을 교리를 고백하고 지킬 계명을 따르며 성사 생활에 열심하여 하느님 백성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바를 실천합시다. 그리하여 세상이 우리를 보고 하느님을 깨닫게 되기를 한국 순교자의 모후이신 어머니께 전구를 청하고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특별한 보호를 청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복음의 빛을 삶으로 증거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1년 <대림 제1주일>
시카고 졸리엣 교구 <한국 순교자의 모후> 성당
본당 신부 유승원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