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시카고 <한국 순교자의 모후> 공동체 사목 계획서
“새롭게 시작하는 신앙생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2 티모 2,8)
우리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우리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와 우리와 함께 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이 모든 교우들 가정에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전례력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대림 제1주일>입니다. 올 해는 전례력 가해 / A해 입니다. 전 세계 유행한 감염병의 여파가 우리 삶의 전반을 아직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이 아직 채 가시질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타격과 일상의 불편함과 제약을 훨씬 넘어서는 크고 많은 아픔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헤쳐 왔습니다. 더욱이 우리의 신앙생활도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람의 삶은 이제 편리함이라는 미명 아래 인격 대 인격의 만남의 장으로서의 신앙생활이 아니라 비대면 활동으로 만족하거나 축소된 것이 사실입니다. 마음 한 편으로는 힘겨운 여건에서도 그렇게 나마 신앙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에 무한한 긍정과 격려와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신앙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경지에 도달하면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대전에 나아가는 날까지 쉬거나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신앙을 점검하고 돌아보며 새롭게 출발합시다.
2021년 우리는 “슬기로운 신앙생활” 이라는 구호 아래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내 열정이 나를 불사르리라.” (요한 2,17) 는 말씀을 새기며 새로 마련된 성전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2022년에는 “함께하는 신앙생활” 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위하여” 베풀어지기를 청하며 함께 노력했습니다. 이제 맞이하는 2023년은 “새롭게 시작하는 신앙생활” 이라는 주제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2 티모 2,8) 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 성당 <한국 순교자의 모후> 공동체 설정 30주년을 맞이하는 한 해를 뜻 깊게 보내고 싶습니다.
신앙 공동체로서 30년이라는 세월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또 잃어버리고 놓친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한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우리 신앙 공동체를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살아 있는 생명 공동체라고 한다면, 과연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는지도 살펴보자는 말씀입니다.
물론 외적으로는 그간 신앙 공동체로서 우리의 노력이 일군 성전에서 오늘도 함께 모여 하느님께 합당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만, 외적인 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압니다. 외적으로 성취한 것만큼 내적으로도 성장했는지, 그만큼 하느님과 가까워지셨습니까? 외부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어 이제는 내적으로,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의 성전을 돌보고 살핍시다. 그리하여 구체적인 신앙생활의 실천사항을 제안합니다.
개인 기도와 공동체 기도의 실천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서 물을 먹일 수 없다지요. 결국에는 스스로 좋은 것에 맛 들여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하루를 시작하며 아침기도를 봉헌하고 계십니까? 가톨릭 기도서가 제안하고 있는 <아침기도> 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눈 뜨고 일어나 성호경으로 시작하여 “하느님, 오늘 하루도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라고 짧게 기도하여도 좋은 기도입니다. 해보지 않아서 어색하고, 실천하지 않아서 몸에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기도와 하루 일과를 마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저녁기도, 끝기도 혹은 하루 마침기도, 감사기도, 그 명칭이 무엇이든 좋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에 그리고 하루를 마치면서 드리는 기도를 두 축으로 개인 기도하시기를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가톨릭 기도서에 나오는 <식사 전 기도>는 이러합니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우리 모두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이 기도를 봉헌할 때 마다 내가 먹게 되는 이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들에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깁니다.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 이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러합니다. 이것도 여러 번 반복해서 기도하다 보니 그 기도문이 담고 있는 속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요. 우리에게는 이미 좋은 기도문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을 모아 놓은 것이 <가톨릭 기도서>입니다. 실생활에 필요한 기도문이 망라 되어 있습니다. 펼쳐 읽고 익힙시다. 여전히 기도할 줄 모르는 가톨릭 신앙인이어서야 되겠습니까.
기본적인 개인 기도와 더불어 공동체 설정 30주년을 맞아 묵주기도 1만 5천단 봉헌을 제안합니다. 지난 시간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와 특별한 보호로 지켜주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우리 공동체의 주보, 한국 순교자의 모후이신 마리아께 우리의 마음을 봉헌해주십사 전구를 청하며 공동체의 기도로 묵주기도 1만 5천단 봉헌합시다.
현재 평균 주일미사 참석 인원이 30명입니다. 1인 1회 묵주기도는 5단입니다. 1인 100회는 500단, 30인 500단을 합산하면1만 5천단입니다. 구체적인 실천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일 미사 전 묵주기도를 봉헌합니다. 이것은 앞에 선창하는 해설자가 계수합니다. 주간에 각자 가정에서 봉헌하는 개인묵주기도는 주일 봉헌금 봉헌함에 제출해주시면 미사 후에 봉헌금 확인 봉사자들이 집계하겠습니다. 1만 5천단, 이것으로 우리 마음이 다 표현될 수는 없지만, 이것으로라도 표현해 봅시다. 할 수 있습니다.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보편 신앙의 교회는 미사성제를 신앙생활의 근원이자 영적인 힘의 원천으로 봅니다. 미사성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리하여 대림시기, 사순시기 평일미사 봉헌하겠습니다. 우선, 대림시기 구체적인 평일미사 일시입니다. 대림시기 화요일 · 수요일 평일 오전 10시 미사, 목요일 오후 7시 미사 봉헌하겠습니다. (시카고 인근 지역 판공성사가 있는 12월 15일 목요일 저녁미사는 없습니다.) 사순시기 평일미사 시간은 추후 추가 공지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신앙생활이란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열매를 맺습니다. 선의를 품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결심한 바를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신앙이라고만 하지 않고 신앙생활이라고 칭합니다. 우리 마음에 담고 있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손과 발을 움직여, 그간 특별한 보호로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신 하느님께 이제는 우리가 표현하는 한 해 되기를 청합니다.
위기는 위기로 끝나지 않음을 믿습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위기를 호기로 만들어 더 심신 깊고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음을 압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복음의 빛을 삶으로 증거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2년 <대림 제1주일>에
시카고 <한국 순교자의 모후> 성당
본당 신부 유승원 요한